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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이직을 준비하는 이유

1. 커리어의 시작은 UX 디자이너

1분 1초가 부족한 에이전시 디자이너..

2022년, 첫 직장은 에이전시였고, 저는 주니어 UX 디자이너로 합류했습니다.

UX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전반적인 경험을 설계하며, 이를 최적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UI 디자이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시각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하죠.

하지만 입사 후 실제로 맡은 업무는 기대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UI 위주의 작업이 많았고, UX와 UI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UX 디자이너의 역할이 정확히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고민도 시작됐습니다.

욕심도 많았던 시기였기에, 대표님께 UX 리서치와 분석 중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여러 번 어필했지만, 원하는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럴수록 제 포지션과 커리어 방향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렇게 막막하던 시기, 퇴사 전 마지막 프로젝트를 통해 제 방향성을 다시 세울 수 있었습니다.

 

2.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간접 경험

그 프로젝트는 사내 HR 플랫폼을 개선하는 작업이었고, 저는 클라이언트사에 파견되어 인하우스 방식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기존의 에이전시 방식과는 다른, 인하우스 팀의 업무 문화를 몸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크게 달랐던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 주관적임)

1. 불필요한 장표 작업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2. 디자이너도 기획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3. 사용자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다.

 

물론 모든 에이전시가 그렇진 않겠지만, 제가 겪었던 환경은 불필요한 문서 작업과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아쉬웠습니다. 고객사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장표를 만들며 소모되는 시간이 과도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 나름의 장점도 있겠지만, 저는 ‘이 프로덕트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 외의 작업들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 건 사실입니다.

반면 인하우스에서는 불필요한 문서 작업보다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더 중시했습니다. 전달사항은 간결하게 정리해 공유하고, 회의는 필요한 인원만 빠르게 진행하며, 완벽하지 않아도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선을 반복하는 사이클이 기본이었습니다. 이 방식이 저에게 훨씬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해당 프로젝트에는 기획자가 없어 처음엔 걱정도 됐습니다. (기능 명세서 작성 경험도 부족했거든요.) 그런데 돌아보니 저는 어느새 제품 전체의 디자인과 전략을 주도하며,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니즈와 제품 목표, 내부 담당자의 요구사항까지 종합해 제품이 어떤 구조로 동작하고 릴리즈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제안하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서비스를 만든다’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프린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단순히 사용자만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객 중심이라는 기본 원칙은 유지되지만, 제품을 함께 운영하는 내부 담당자와 기업의 니즈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습니다. 기존의 대기업 프로젝트는 워터폴 방식으로 진행되어 기획자가 디자이너에게, 디자이너가 개발자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제품 중심의 조직에서 애자일하게 움직이며, 담당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가설을 세워 개선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저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습니다.

 

3.  커리어 방향성 전환과 이직 준비

TO. 나에게

 

그곳에서 제가 만난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인터페이스를 고도화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특성과 시장 트렌드, 그리고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 경험을 통해 제가 잘 해낼 수 있고, 또 지향하고 싶은 역할은 '제품 중심 조직에서 일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에이전시에서 시작한 커리어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이직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해온 프로젝트들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고민하고, 제안하고, 실험해 온 경험이 있기에,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계속해서 채워나가며, 제품에 대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가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여정을 계속 이어가야 겠습니다.

이상,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지망생 이었습니다. ㅎㅎ